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면 한 번쯤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어영상도 많이 보여주세요.”
영어를 자연스럽게 듣는 시간을 늘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저도 아이에게 영어영상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둘째는 반응이 정말 분명했습니다.
영어영상이 나오기만 하면
“영어나오는 거 말고~”
“싫어.”
“재미없어.”
라고 했어요.
한글로 된 영상은 잘 보면서 영어영상만 틀면 금방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영어는 많이 들어야 한다는데 조금씩이라도 계속 틀어줘야 하나?”
하지만 아이와 영어를 해오면서 저는 영어 노출량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듣는 시간을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영어영상 30분을 억지로 보게 하는 것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영상 5분을 스스로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시작 단계에서는 더 의미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어영상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영상을 더 많이 보여주기보다 제가 먼저 몇 가지 방법을 바꿔봤습니다.
영어영상을 싫어한다고 영어 듣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 수 있어요
아이가 영어영상만 틀면 자리를 피하면 부모는 쉽게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는 영어 자체를 싫어하나 봐.”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한글영상과 영어영상의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한글영상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지만 영어영상은 화면을 보면서 계속 의미를 추측해야 합니다.
내용까지 아이 취향과 맞지 않는다면 굳이 영어영상을 선택할 이유가 없겠죠.
저희 둘째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영어라서 무조건 싫은 것이 아니라
영어 + 관심 없는 내용 +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
가 한꺼번에 들어오니 재미없게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바꾼 것은 영상의 길이나 영어 수준보다 아이의 관심사였습니다.

교육적으로 좋은 영상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영상이 먼저였어요
엄마표 영어를 검색하면 좋은 영어영상 목록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유명한 영상이라고 우리 아이도 반드시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면 자동차, 동물을 좋아하면 동물, 공주나 노래를 좋아하면 그 관심사와 연결된 영어영상을 먼저 보여주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뽀로로나 티니핑처럼 아이가 이미 좋아하는 캐릭터를 활용해도 좋고요.
저는 이제
“이 영어영상이 교육적으로 얼마나 좋은가?”
보다 먼저
“우리 아이가 이걸 보고 싶어 할까?”
를 생각합니다.
최근 초등학교 2학년 딸이 학원 골든벨 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영어단어를 못 외우겠다며 속상해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와 장면, 대사를 떠올릴 수 있도록 단어장을 다시 만들어줬습니다.
그랬더니 어렵다고 하던 단어도 훨씬 재미있게 외우더라고요.

이 경험을 통해 다시 느꼈습니다.
아이에게 영어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관심을 가질 이유일 수 있다는 것.
공주, 동물, 곤충, 영화, 노래, 좋아하는 캐릭터처럼 아이가 이미 좋아하는 것에 영어를 살짝 연결해보세요.
아이의 관심사가 먼저이고, 영어는 그다음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관심사에 맞게 유투브 채널을 엑셀에 정리하여
마치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보여주는 것 처럼 "오늘은 어떤 종류의 영상을 원하시나요?" 라고 물은뒤에 아이가 "공주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하면 공주 가 나오는 영상을 골라 틀어준답니다.
저만의 꿀팁입니다 ^^

2. 처음부터 20~30분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영어영상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오늘부터 매일 영어영상 30분!”
이라고 정하면 아이에게는 영어영상이 또 하나의 숙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시간을 채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2분짜리 노래 하나를 봐도 괜찮고,
좋아하는 장면 하나만 보고 꺼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또 보여줘.”
라고 하면 오히려 성공입니다.
처음 목표는 긴 시간 영어를 듣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영상이 나와도 바로 끄라고 하지 않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영어 노출시간은 아이가 익숙해진 뒤에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 모닝송으로 엘사영화의 ost, 라이온킹 ost 등 키즈카페나 티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영화 ost로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완벽하게 알아듣지 못해도 흥얼거리는 아이들의 모습과 키즈카페나 놀이공원에서 "엄마 이거 우리 아침마다 듣는 노래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것 만으로도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3. 처음에는 엄마가 옆에서 같이 봤어요
영어영상을 켜놓고
“엄마 설거지하고 올게.”
라고 자리를 뜨면 아이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상을 혼자 봐야 합니다.
특히 영어영상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에게는 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짧게라도 옆에서 같이 봤습니다.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같이 웃고,
아이가 알고 있는 것이 나오면 반응해줍니다.
Wow!
Look!
A dog!
정도의 영어면 충분합니다.
모든 문장을 설명하거나 번역할 필요도 없습니다.
엄마가 옆에서 같이 재미있어하는 것만으로도 영상에 대한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좋아하는 영어책과 영상을 연결했어요
이 방법은 Art & English 활동과도 잘 맞았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그림책이 있다면 책과 같은 주제의 노래나 짧은 영상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색깔 그림책을 읽었다면 색깔 노래를 보고,
동물 그림책을 읽었다면 동물 관련 영상을 보고,
신체 부위가 나오는 책이라면 몸을 움직이는 영어노래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이미 책에서 본 내용을 영상으로 다시 만나는 것이라 아이가 이해하기 훨씬 쉽습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영어를
책 → 영상 → 노래 → 만들기
로 이어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 가지 표현을 여러 상황에서 반복해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책에서 익숙해진 주제를 노래나 짧은 영상으로 다시 만나면 영상의 진입장벽도 낮아집니다.
5. 아이가 싫다고 하면 그날은 껐어요
이 부분은 부모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영어영상에 이미 강한 거부감이 있는 아이에게
“딱 10분만 봐.”
라고 계속 설득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가 정말 보기 싫어한다면 그날은 끄기도 했습니다.
대신 다음날 또 같은 영상을 강제로 틀기보다 다른 주제를 찾아봤습니다.
아이의 반응을 보면서
“영어가 싫은 건지.”
“이 캐릭터가 싫은 건지.”
“너무 어려운 건지.”
“영상 자체에 관심이 없는 날인지.”
조금씩 구분해봤습니다.
저는 엄마표 영어에서 거부감을 무시하면서까지 노출량을 채우는 것은 오래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몇 분 들었는지도 중요하지만 엄마와 영어 때문에 싸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아이가 영어영상에서 한마디를 따라 하면 바로 공부시키지 않았어요
영상을 보다 아이가 우연히 영어 한마디를 따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는 반가워서
“그게 무슨 뜻이야?”
“다시 말해봐.”
하고 싶어집니다.
저도 그런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능하면 그냥 자연스럽게 반응하려고 합니다.
아이가
Go!
라고 했다면
Yes! Go!
정도로 받아주는 것입니다.
한마디 했다고 바로 확인 문제를 내기 시작하면 아이에게 영상이 다시 영어수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 초보 단계에서는 따라 말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한마디가 나온 경험 자체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영어영상은 꼭 영상으로만 끝내지 않아도 돼요
아이가 영상 속 장면을 좋아했다면 이후 놀이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색깔 노래를 봤다면 색깔을 찾아보고,
동물영상을 봤다면 동물 흉내를 내고,
음식이 등장했다면 좋아하는 음식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영상을 끈 뒤 아이에게
“아까 뭐 나왔어?”
하고 시험하듯 묻는 대신
“아까 나온 거 한번 만들어볼까?”
라고 제안합니다.
그 과정에서 영상에서 들었던 영어를 한두 개만 다시 사용해도 충분합니다.
Red!
Jump!
A lion!
이런 짧은 표현이면 됩니다.

영어영상 거부가 심하다면 저는 이것부터 확인해요
아이가 영어영상을 싫어한다고 하면 저는 영어 노출시간보다 아래 내용을 먼저 확인합니다.
- 영상이 아이 영어 수준에 너무 어렵지 않은가
- 평소 좋아하는 주제인가
- 영상의 길이가 너무 길지 않은가
- 처음부터 혼자 보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 영상을 본 뒤 계속 영어 질문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나 놀이와 연결할 수 있는가
- 아이가 싫다고 할 때 매번 억지로 끝까지 보여주고 있지는 않은가
이 중 하나만 바꿔도 아이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어영상은 얼마나 보여줘야 할까?
저는 영어 초보 아이에게 처음부터 특정 시간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습니다.
5분을 즐겁게 보고
“한 번 더!”
라고 하는 날이 있다면 충분합니다.
반대로 30분을 틀어놨지만 아이가 계속 다른 장난감만 찾고
“끄면 안 돼?”
라고 한다면 그 시간이 반드시 좋은 영어 노출이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얼마나 오래 봤는지보다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기록해보는 편이 더 도움이 됐습니다.
어떤 캐릭터에서는 오래 보는지,
노래가 나오면 관심이 생기는지,
이야기보다 짧은 영상에 반응하는지,
엄마와 같이 볼 때 달라지는지.
이렇게 관찰하다 보면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 조금씩 보입니다.
영어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이마다 달랐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저는 영어교육에서 정답 하나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어떤 아이는 영어노래를 하루 종일 듣고,
어떤 아이는 영어책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영상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입니다.
그리고 저희 둘째처럼 영어책도 영상도 처음에는
“싫어.”
라고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영어영상을 얼마나 보여줘야 하는지보다 우리 아이가 어떤 영어 경험에서는 거부감을 덜 느끼는지를 먼저 찾으려고 합니다.
영어영상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더 오래 보여주려고 하기 전에 영상부터 한번 바꿔보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로,
조금 더 짧게,
처음에는 엄마와 함께.
그리고 재미있었던 장면 하나만 놀이로 이어가도 좋습니다.
영어영상의 첫 목표가 꼭
“오늘 30분 봤다.”
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 입에서
“이거 또 볼래.”
라는 말이 한 번 나오는 것.
저는 영어영상 거부가 있는 아이에게는 그게 더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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