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새로운 표현을 알려줄 때 저는 한 가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이 영어를 실제로 사용할 이유가 있을까?”
단어를 따라 말하고 뜻을 외우는 것도 영어를 배우는 한 과정이지만, 영어 초보 아이에게는 영어가 실제 상황에서 필요한 말이 되었을 때 훨씬 재미있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 아이들과 영어미술 수업을 하면서 반응이 좋았던 책 중 하나가 Go Away, Big Green Monster!였습니다.

이 책은 Monster의 얼굴이 하나씩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구조라 아이들이 다음 페이지를 궁금해했고, eyes, nose, mouth 같은 얼굴 부위와 여러 색깔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책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Go away!
라는 표현을 아이들이 단순히 따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Monster를 실제로 없애기 위해 사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책을 읽고 나만의 Monster를 만들어보면서 얼굴 영어와 색깔, Go away!를 함께 사용해봤습니다.
Go Away Big Green Monster가 영어 초보 아이에게 재미있는 이유
영어원서를 처음 읽는 아이에게는 문장을 얼마나 이해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림만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이 수업은 여러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아이와 연령이나 수준과 상관없이 가장 먼저 수업을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몬스터라는 주제는 아이들 모두가 좋아하는 주제이고 책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Go Away, Big Green Monster!는 처음부터 Monster의 얼굴 전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눈이 나타나고,
코가 나타나고,
입이 나타나면서
조금씩 Monster의 얼굴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영어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이는
“다음에는 뭐가 나올까?”
하며 책장을 기다리게 됩니다.
반대로 Monster가 완성된 뒤에는 얼굴의 각 부분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같은 표현이 반복되는 구조라 영어 초보 아이와 읽기에도 좋았습니다.
이번 활동에서는 많은 영어를 가르치기보다 다음 정도만 사용했습니다.
- eyes
- nose
- mouth
- ears
- hair
- Go away!
- I'm not scared!
색깔은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범위에서 자연스럽게 추가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Monster부터 관찰했어요
바로 책을 펼치지 않고 먼저 표지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저는 영어 그림책을 읽을 때 이 시간을 Cover Talk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먼저 제가 이야기합니다.
Look!
A monster!
그리고 아이에게 물어봤습니다.
Is he scary?
이 질문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아이는
“무서워.”
라고 하고,
어떤 아이는
“하나도 안 무서운데?”
라고 합니다.
영어로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안 무서워.”
라고 하면 제가
You're not scared!
라고 자연스럽게 영어로 받아줍니다.
처음부터 영어를 맞혀보라고 하기보다 Monster를 보고 자기 생각부터 이야기하게 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책 속 얼굴과 내 얼굴을 같이 찾아봤어요
책을 펼치면 Monster의 얼굴이 조금씩 만들어집니다.
눈이 등장하면
Eyes!
라고 말하고 책 속 눈을 가리킵니다.
그다음 제 눈을 가리키고 아이의 눈도 찾아봅니다.
Where are your eyes?
코가 나오면
Nose!
이가 나오면
Teeth!
라고 하면서 실제 자기 얼굴을 함께 만져봤습니다.


단어카드에 eyes = 눈, nose = 코라고 외우게 하는 대신 책 속 그림과 자기 몸을 직접 연결해본 것입니다.
저는 눈모양 스티커가 집에 있길래 눈에 붙혀서 몬스터 처럼 해봐
이런식으로 흥미를 이어갔습니다.

색깔도 자연스럽게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Yellow eyes.
Green nose.
Red mouth.
이렇게 하면 얼굴 부위와 색깔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Monster가 완성되자 “Go away!”가 진짜 필요한 말이 됐어요
책을 읽다가 Monster 얼굴이 완성되면 잠깐 멈췄습니다.
그리고 제가 Monster가 다가오는 것처럼 장난을 쳤습니다.
Oh, no!
A big monster!
아이에게 물어봅니다.
Are you scared?
“안 무서워!”
라고 하면 제가 먼저 말합니다.
I'm not scared!
그리고 두 손을 앞으로 밀면서 함께 말합니다.
Go away, Monster!
아이들이 특히 재미있어했던 부분입니다.
책에서는 이제 Monster의 얼굴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때마다
Go away!
를 반복했습니다.
몇 번 읽은 뒤에는 제가 일부러
Go...
까지만 이야기하고 기다려봅니다.
아이가
Away!
라고 이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활동에서 좋았던 것은 Go away의 뜻을 먼저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는 점입니다.
Monster가 다가오고 그것을 없애야 하는 상황 자체가 Go away!가 무슨 뜻인지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은 뒤 나만의 Monster를 만들었어요
책을 다 읽은 뒤에는 나만의 Monster 만들기로 연결했습니다.
준비물도 어렵지 않습니다.
- 도화지
- 색종이
- 사인펜이나 크레파스
- 풀
- 가위
- 스티커나 털실 등 집에 있는 꾸미기 재료
- 풍선
꼭 새로운 미술재료를 살 필요는 없습니다.
집에 클레이가 있다면 눈이나 코를 클레이로 만들어도 되고, 가베나 작은 스티커가 있다면 얼굴 부위를 표현하는 데 활용해도 재미있습니다.
저는 생일 파티로 남은 풍선으로 나만의 몬스터 꾸미기를 했습니다,
도화지로 털을 만들고 풍선에 붙히는 아이들의 아이디어에 또 한번 감탄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책 속 Big Green Monster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자기만의 Monster를 만들게 했습니다.
눈이 두 개일 필요도 없습니다.
세 개도 되고 다섯 개도 됩니다.
입도 빨간색일 필요가 없고 머리카락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조금 이상한 Monster일수록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했습니다.
만들면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했어요
Monster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아이의 선택이 많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사용할 순간도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색깔을 고를 때:
What color do you want?
눈을 만들 때:
How many eyes?
입을 만들면서:
Big mouth or small mouth?
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눈 다섯 개!”
라고 한다면 함께 붙이면서
One, two, three, four, five!
라고 세어봅니다.
이렇게 해보니 eyes, nose, mouth를 따로 외우게 하는 것보다 아이가 자기 Monster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말로 사용하기가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만들기에 집중할 때는 영어를 잠깐 줄였어요
영어미술을 한다고 해서 활동시간 내내 영어를 계속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가위질을 하고 작은 눈을 붙이고 있을 때는 이미 만들기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 계속
What color is this?
What is this?
How many?
라고 질문하면 오히려 흐름이 끊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집중할 때는 저도 말을 줄였습니다.
대신 실제로 필요한 순간에
Do you need help?
More?
Glue?
처럼 짧게 이야기했습니다.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보다 영어가 필요한 순간에 사용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완성된 Monster로 다시 영어를 말해봤어요
Monster가 완성되면 바로 정리하지 않고 작품을 보면서 짧게 이야기합니다.
어린아이라면
Five eyes!
Pink nose!
처럼 한두 단어만 사용해도 충분합니다.
영어가 조금 익숙한 아이라면
My monster has five eyes.
It has a big mouth.
처럼 문장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가 완성된 Monster를 들고 아이에게 슬쩍 다가갑니다.
ROAR!
그러면 아이가 오늘 배운 표현을 사용할 차례입니다.
Go away!
제가 또 다가갑니다.
ROAR!
이번에는
Go away, Monster!
라고 말합니다.
마지막에는
I'm not scared!
라고 말하면서 Monster를 치웁니다.

이렇게 마무리하니 Go away!가 단순히 책에서 따라 읽었던 문장이 아니라 아이에게 실제 목적이 있는 영어가 됐습니다.
4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이렇게 활용할 수 있어요
같은 Monster 만들기라도 아이의 영어 수준에 따라 목표를 다르게 잡으면 됩니다.
4~6세
단어 중심으로 충분합니다.
Eyes!
Nose!
Red!
Go away!
7세~초1
짧은 문장으로 확장합니다.
I want blue.
My monster has three eyes.
Go away, Monster!
초2~초3
자기가 만든 Monster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My monster has five blue eyes.
It has a big red mouth.
My monster is funny, not scary.
같은 미술활동을 하더라도 영어 출력 수준만 아이에게 맞춰 조절하면 됩니다.
다시 수업한다면 Show & Tell 시간을 더 길게 하고 싶어요
예전에 이 수업을 진행했을 때는 아이들이 Monster를 만드는 활동 자체를 정말 재미있어해서 미술활동에 시간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지금 다시 수업한다면 마지막 Show & Tell 시간을 5분 정도 따로 확보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Monster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기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What's your monster's name?
How many eyes does it have?
Is it scary or funny?
같은 질문으로 작품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갈 수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는 문장으로 이야기하고, 영어 초보 아이는 한 단어만 대답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기가 만든 것을 설명하기 위해 영어를 사용해보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외우게 하기보다 사용할 이유를 만들어봤어요
이번 활동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아이가 eyes, nose, mouth를 몇 개 기억했는지가 아니었습니다.
책에서 얼굴 부위를 보고,
자기 얼굴을 만져보고,
Monster를 직접 만들고,
완성된 Monster를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Monster에게
Go away!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같은 영어가 그림책 → 몸 → 미술 → 놀이 → 말하기로 이어진 것입니다.
영어 초보 아이와 그림책을 읽을 때 영어를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읽고,
그 안에서 정말 사용할 만한 표현 몇 개를 고르고,
그 표현이 필요한 놀이를 하나 만들어보세요.
Go Away, Big Green Monster!를 읽는다면 저는 가장 먼저 이 표현 하나부터 시작할 것 같습니다.
Go away, Monster!
아이가 영어의 뜻을 외우기 전에 그 말을 실제로 사용해보는 경험부터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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